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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광자 개인전 Falling in Pine Tree 포스터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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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광자 개인전 Falling in Pine Tree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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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충북갤러리허광자 개인전 Falling in Pine Tree
Artist' note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함없고 한결같음의 표상인 소나무도 날마다 변한다.
봄이면 햇살이 반가워서 천지에 꽃가루를 날리며 연두빛으로 요란하다. 여름에는 한껏 진초록을 뿜어내고, 가을엔 채도를 낮추고, 겨울이되면 초록에 보라와 회색이 혼합된 추위에 놀란 색이 된다.
하지만 이 모두는 변화이지 변신은 아니다.
이것을 나는 늘 같음으로 느낀다.
하지만 ‘늘 같음’으로 느끼는 사람 자신은 어쩔 수 없이 변한다.

Exhibitions
1 / 22
Falling in Pine Tree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 2023 91.0x116.8cm , Oil on canvas
2 / 22
Falling in Pine Tree-Color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Color›, 2023 30.0x70.0cm , Oil on canvas
3 / 22
Falling in Pine Tree-Color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Color›, 2023 31.8x31.8cm , Oil on canvas
4 / 22
Falling in Pine Tree-Color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Color›, 2023 33.4x53.0cm , Oil on canvas
5 / 22
Falling in Pine Tree-Color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Color›, 2023 45.5x53.0cm , Oil on canvas
6 / 22
Falling in Pine Tree-Color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Color›, 2023 50.0x100.0cm , Oil on canvas
7 / 22
Falling in Pine Tree-Color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Color›, 2023 50.0x100.0cm , Oil on canvas
8 / 22
Falling in Pine Tree-Color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Color›, 2023 50.0x100.0cm , Oil on canvas
9 / 22
Falling in Pine Tree-Color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Color›, 2023 60.6x72.7cm , Oil on canvas
10 / 22
Falling in Pine Tree-Color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Color›, 2023 72.7x60.6cm , Oil on canvas
11 / 22
Falling in Pine Tree-Color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Color›, 2022 130.3x162.2cm , Oil on canvas
12 / 22
Falling in Pine Tree-Color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Color›, 2023 509.1x227.3cm , Acrylicl on canvas
13 / 22
Falling in Pine Tree-Time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Time›, 2019, 2023 72.7x116.8cm , Oil on canvas
14 / 22
Falling in Pine Tree-Time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Time›, 2023 50.0x100.0cm , Oil on canvas
15 / 22
Falling in Pine Tree-Time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Time›, 2011, 2024 60.0x120.0cm , Oil on canvas
16 / 22
Falling in Pine Tree-Time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Time›, 2011, 2024 60.0x120.0cm , Oil on canvas
17 / 22
Falling in Pine Tree-Time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Time›, 2021 72.7x116.8cm , Oil on canvas
18 / 22
Falling in Pine Tree-Time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Time›, 2014, 2023 100.0x50.0cm , Oil on canvas
19 / 22
Falling in Pine Tree-Time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Time›, 2021 116.8x72.7cm , Oil on canvas
20 / 22
Falling in Pine Tree-Time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Time›, 2023 273.0x91.0cm , Oil on canvas
21 / 22
Falling in Pine Tree-산책
허광자, ‹Falling in Pine Tree-산책›, 2020 50.0x162.2cm , Oil on canvas
22 / 22
소나무 애 빠지다.
허광자, ‹소나무 애 빠지다.›, 2011 181.8x72.7cm , Oil on canvas
Review

다층적 공간에 자리한 소나무

박영택(경기대교수, 미술평론)


대략 2000년도 중반 이후부터 지금까지 작가는 소나무만을 소재로 이를 재현해왔다. 특정 소재를 반복해서 자기 작업의 핵심적인 모티프로 삼으면서 이를 지속적으로 변주하고 기법상의 여러 변화를 시도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작가에게 소나무는 개인적으로 유년의 기억과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다고 한다. 어린시절의 원초적 지각을 규정하는 공간적 체험과 함께 고향과 부모와 얽힌 여러 사연과 향수를 동시에 안겨주는 원형적인 이미지의 하나가 바로 소나무였던 것 같다. 소나무는 한국의 자연공간을 대부분 점유하고 있는 대표적인 수종인 동시에 한국인들의 삶과 문화 속에서 오랜 세월 함께 해온 존재이다. 한국인들은 소나무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태어나 소나무로 만든 집과 가구를 비롯해 다양한 일상의 생활용품을 사용해왔고 소나무와 얽힌 여러 설화와 문화적 상징들의 체계 속에서 삶을 도모해온 역사를 간직해 오고 있다. 따라서 소나무는 단순한 나무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인에게 상당히 특별한 존재로서 풍부한 의미를 부여받으며 그림의 소재로도 널리 다루어져 왔다.
소나무를 소재로 한 그림은 전통시대뿐만 아니라 여전히 동시대 한국현대미술 속에서도 부단히 출몰하고 있다. 다양한 이미지 속에서 소나무는 거듭 재생산되고 재해석되기를 거듭한다. 그런데 문제는 소나무에 대한 코드화나 사회적 관습의 시선이 아니라, 소나무에 부여된 인습적 시선이 아니라 작가 개인의 새로운 시각이나 해석 내지 스투디움에 반하는 풍툼(punctum), 그러니까 ‘코드가 부재하는 비표상성의 세계’를 펼쳐놓는 것일 것이다.

한국 산야에 놓인 특정 소나무를 중심에 설정하고 주변 풍경을 뒤로 물린 작가의 초기 풍경화는 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추이 속에 자리한 소나무의 자태를 묘사하는 동시에 그로인해 번지는 정서적 느낌 등을 겨냥하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이다. 여행이나 답사에서 마주친 소나무를 ‘발견’하고 이를 사진으로 담은 이후에 이것을 기반으로 재현한 것이다. 그러니까 작가는 의도적인 여행을 통해 소나무를 찾고 그 이미지를 사진으로 채집한 후 이를 다시 그림으로 해석/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작가는 말하기를 당시의 그림이 산책자의 시선에서 포착한 소나무이기에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 역시 무심한 관조 속에서 소나무를 바라보기를 권하고 싶었다고 한다. 당시 카메라 시선에 의지한 것은 가능한 한 대상을 주관적인 데서 벗어나 객관적인 것, 무심하게 관조하려는 의도에서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림은 전체를 평등하게, 균질하게 펼쳐 보이는 편이다. 그러나 사진의 객관성이나 사실성과 함께 한 축으로는 자연에서 느끼는 정서적 측면(자연에서 느끼는 두려움 내지 고독감, 막막함 등)을 그림 안에 밀어넣으려는 시도가 공존하고 있기도 하다.

2015년 이후의 작업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나무를 풍경으로부터 배제시키고 소나무 자체만을 독립적으로 화면에 올려놓고 있다. 당연히 배경은 단색으로 마감되어 있거나 특정 장소를 지우고 소나무의 형상만을 두드러지게 강조하는 형국이고 이는 소나무의 형태적 특성이나 개성을 의식적으로 주목시킨다. 그것은 마치 소나무 자체를 분리해서 다룬 정물화와도 같은 느낌을 안겨준다. 동시에 대지로부터 솟아오르는 기세 내지 기의 흐름을 가시화하는 이른바 동양화적인 속성도 은연중 드리우고 있다. 여백과도 같은 배경 처리나 소나무의 윤곽과 배경의 경계선이 다소 모호하게 처리되는 것도 흡사 운무가 가득한 데서 솟아오르는 소나무의 생성적인 흐름 같은 것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가시적인 존재에서 비가시적인 것의 갈래를 추적하게 만든다.

작가의 최근작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그려진 소나무를 의도적으로 지우는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전경과 후경을 만들어놓고 배경을 사라지게 하는 식이다. 납작한 평면의 화면에 일종의 막을 만들고 그로인해 또 다른 공간을 가설하고 환영을 부여하는 연출이자 동시에 특정한 대상의 재현이 안기는 이해의 직접적이고 단선적인 통로에서 벗어나 보다 다층적이고 모호한 감성의 접근 내지 다양한 해석과 사유의 촉발을 자극하기 위한 모색이라고 보여진다. 그것은 관자의 개입과 참여를 촉발시키는 편이기도 하다. 여전히 재현적인 기법을 구사하면서도 이를 내파하면서 다층적이고 다성적인 보여짐의 공간을 조성하려는 시도라는 생각도 든다.
생각해보면 그려진 소나무의 표면을 여러 겹의 물감을 입혀서 지우는, 베일링 하는 행위를 통해 부분적으로 은폐하고 지우는 일은 본래의 형태 자체를 또 다른 존재로 발생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은 동시에 흔적, 상처를 입히는 일이기도 하다. 무수한 붓질, 물감의 덧입힘에 의해 소나무는 지워지거나 부식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으로 몸통과 가지는 여전히 잔해처럼 남아 자신의 본래 존재를 방증한다. 그것은 흡사 지워지지 않는 추억이나 기억, 향수와도 같이 맴돌기도 하고 생명의 본질적인 힘을 방사하며 떠돌다가 무수한 시간의 힘들을 기억시킨다. 한편 여러 번의 붓질에 의해 두터워진 물감으로 인해 발생한 촉지적인 질감 위로 보는 이의 시선이 낙하하면서 관조적인 시선 외에 촉각적 시선이 발생한다.

그런가하면 작가는 전경과 후경을 대조시키면서 비교적 선명하게 재현한 전경의 소나무와 마치 안개 속에 박혀있는 듯한 후경의 소나무를 극적으로 연출한다. 그려진 그림과 색채로 얼룩진 화면이 공존하는 느낌도 들고 사실적으로 재현된 대상과 개략적으로 단순화된 선/색이 대비를 이루는 화면 구성이자 평면적인 화면에 깊은 심연을 가설하는, 따라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특정 대상을 보는 동시에 대상의 실루엣 내지 무無를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체험을 안긴다. 소나무를 보면서 동시에 화면 안쪽의 부재를 동시에 마주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나무의 선들은 보다 단순화되고 기호화되어 가는 모종의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소나무의 특성과 개성을 소거한 채 꿈틀거리는 선으로만, 기세나 기의 흐름으로만, 유동적인 곡선의 질주로만 등장하는 최근작은 초기의 재현적인 소나무의 형상이 종내 생성적인 흐름으로만 포착되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는 생성론적 차원에서 존재를 인식하는 동양적 사유패턴의 한 편린을 강하게 연상시켜준다. 그림은 가시적 세계에서 비가시적 존재를 해명하는 일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소나무를 소재로 이를 재현해오면서 단지 소나무의 외형, 외피만을 모방하고 연출하기보다는, 그것에 달라붙은 감성적인 문화적 관습이나 코드화에 길들여지기보다는 가능한한 대상의 이면에 자리한 보이지 않는 상처, 흔적, 풍툼을 가시화하려는 시도를 진행형으로 선보이고 있다는 생각이다. -